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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by calisthenics 2021. 4. 6.

  연초와 봄, 여름이면 몸을 만들어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에 등록한다. 하지만 그 때 뿐. 그 짧은 기간에 몸이 만들어질리 만무하다. 안 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나는 가끔 '사람들이 정말로 그 짧은 몇 개월 안에 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정말로 그렇게 운동해서 몸이 만들어 질거라고 생각하냐고, 일일이 물어본 적은 없지만, 여러 해 실패해 왔고 주위의 숱한 실패들을 봐 왔다면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나..

  나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되었다. 여느 헬린이와 비슷한 구력이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만두지 못할 나름의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나는 주로 사람이 적은 아침 이른 시간을 이용하는데, 작년까지 체육업을 해왔던 것과는 별개로, 웨이트를 해본 적은 없어서 헬스장에서 혼자 이것 저것 시도하고 연습해보는데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트에 익숙지 않다고 해서 굳이 돈을 내고 pt를 받을 일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강도의 웨이트는 혼자 연습해도 곧잘 할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나는 속칭 '운동하는 사람들' 에 대한 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체육업을 접기 이전까지, 소위 '운동하는 사람들' 에게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운동하는 사람' 이라면 그게 누구든 말을 섞는 것도 꺼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나도 적지 않은 시간 운동을 해왔고 잠깐이나마 운동을 가르치며 운동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운동하는 사람들' 특유의 정서라는게, 알면 알 수록 나로서는 도무지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내가 경험해서 아는 '운동하는 사람들' 의 정서란, 특유의 폐쇄적인 면모와 더불어 사회통념상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게 당연시 되어지고, 묵인되고, 넘어가 지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어린시절 뭣도 모르고 그저 멋있다고 생각해서 올드스쿨 방식의 복싱을 해 왔지만, 특유의 정서와 사고방식은 돈이 걸린 사업을 하면서 더욱 적나라하게 와닿는 것이었다. 그나마 복서들은 보여지는 퍼포먼스와는 다르게 나름 순박하니 양반스런 면모라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들' 의 사고 회로는 비록 세대가 바뀌어 오면서 많이 순화되었다곤 하나, 종목을 불문하고 분명히 일반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좋은 쪽으로 다른 게 아니라, 그다지 영리하지도 않음에도 비열하고 졸렬하고 야비한 면에서 놀랍도록 탁월하게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냥 사회 통념상 보기에 '운동하는 사람' 의 대다수가 '히안하다' 고 할 만 하다.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상세히 기록에 남기기로 하고 어쨌든,

  그러한 나름의 이유로 나는 '운동하는 사람' 이라면 학을 떼는 지경이지만 의무감 없이 순전히 재미삼아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침 이른시간에 널널하게 혼자 운동하는 걸 선호한다.
  얘기가 다른 방향으로 샜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쨌든 어떤 운동이든 효과를 보려면 연초나 봄, 여름에만 몇 달 반짝 하는 게 아니라 몇 년 이고 꾸준히 해야 한다. 이 사실을 정말로 몰랐다면 앎이 되길 바라고, 만약 알고도 지속할 만 한 동기를 찾지 못해 몇 달 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거라면, 어차피 눈에 띄는 효과를 얻으려면 연 단위로 오래 해야하는 거, 결과에 상관 없이 '운동하는 자체' 에 재미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만 하더라도 흔히 '살을 빼야겠다', '몸을 만들어야겠다' 라는 이유만 가지고는 그다지 운동을 지속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동기는 아마도 내 스스로 운동이 좋아서라기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생겨난 동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위해서 운동하는 게 가능할지는 몰라도, 타성에 의해 촉발한 동기는 무엇이든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다. 누구한테 보여지는 게 아닌, 순전히 내 스스로가, 운동하는 순수한 행위 자체가 좋아서 해야 비로소 오랜시간 지속가능한 것이다.

  나는 헬스장을 등록해놓고 운동을 지속할 만 한 자기만의 내적 동기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대안으로 헬스장에서 흔히 하는 웨이트와 더불어 <맨몸운동> 을 같이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는 순전히 근육만을 붙이기 위한 보디빌딩식 운동보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다루는 방식의 운동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흔히 헬스장 pt에서 가르치는 보디빌딩식 고립운동은 매 년 운동을 시작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여느 사람들 처럼 많이 지루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맨몸운동 수행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웨이트를 하니 맨몸운동은 물론이거니와 웨이트중량 또한 늘여가는 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이를테면 턱플란체 향상을 위해 숄더프레스를 하고, 프론트레버 향상을 위해 풀업을 하고, 레그레이즈나 크런치, 싯업 대신 드래곤플래그를 연습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의 근육량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다만 하체운동으로 바벨스쿼트 정도는 하기를 권하고 싶다. 맨몸스쿼트는 지극히 효율이 떨어진다)
  턱플란체 향상을 목적으로 덤벨 숄더프레스를 했더니 본의 아니게 고중량을 들게 되고(턱플란체는 몸 천체를 편 팔과 어깨로 지탱해서 띄워야 하는데 내 몸은 이미 90키로에 가까운 고중량이기에 저중량 덤벨로 도움을 받기엔 어림도 없다), 프론트레버를 하려다 보니 레그레이즈가 아닌 드래곤플래그와, 랫풀다운이 아닌 풀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난이도 맨몸을동을 구사하기위해 근력을 보강할 만 한 웨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웨이트 또한 늘게 되었다.

  더불어 단순 고립운동은 초심자가 스스로 눈에 띄는 변화를 발견하기 어렵기에 스스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심이 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맨몸운동은 연습을 하면 곧잘 수행능력이 향상되어 그에 따른 성취감으로부터 스스로가 자기 운동의 방향성 또한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에 의해 개발된 여러 운동방식들이 있지만 운동이란 결국, 궁극적으로 누군가가 대신 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을 가지고 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론은 있으되 저마다의 알맞은 운동 방법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헬스장을 등록하고도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난이도 맨몸운동 동작을 목표로 수련함에 따른 점진적인 신체능력의 향상을 척도로 삼아
  필요한 웨이트를 조금씩 추가해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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